미국과 일본에서 해외 IT 기업을 겨냥한 강력한 규제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미국은 틱톡, 일본은 네이버가 타깃이 됐는데요. 틱톡 금지 법 발효에 따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을 떼내 팔아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합작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일본 정부의 압박에 직면했죠.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틱톡과 네이버가 처한 위기와 시사점을 정리했습니다. 개인정보와 기업 국적을 둘러싼 논쟁이 통상 갈등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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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틱톡 금지 법 발효… 9개월 내 매각 강제
최종 적법성 판단 남아… 중국은 메타에 보복?
일본 합작사 지분 매각 요구에 직면한 네이버
해킹 사고는 빌미일 뿐?… "한국 정부가 대응해야
개인정보와 국적 논란… 통상갈등의 새 트렌드?
📶미국, 틱톡 금지 법 발효… 9개월 내 매각 강제
미국 정부가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 금지 법 공포를 단행했습니다. 지난 23일 상원이 틱톡 금지 법을 포함한 안보 법안 패키지를 의결하자, 다음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 시행을 위한 서명 절차를 마쳤는데요. 하원 통과부터 대통령 서명까지 40여일이 걸렸습니다.
틱톡 금지 법에 따라 중국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미국 사업을 분리해 9개월 안에 매각해야 합니다. 매각 기한은 대통령이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바이트댄스가 기한 내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서비스가 금지됩니다. 중국 기업이 계속 틱톡의 모회사로 있겠다면 미국을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겁니다. 사용자가 1억7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시장을 잃게 된다면 바이트댄스와 투자자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틱톡은 대통령 서명 직후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습니다. 쇼우 지 츄 틱톡 CEO는 "틱톡 금지 법은 위헌적이다. 사법부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사실과 법이 분명히 우리 편이며, 궁극적으로 틱톡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틱톡이 미국 데이터 보호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점도 강조했죠. 틱톡은 CEO 영상 메시지를 공식 계정에 올리며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최종 적법성 판단 남아… 중국은 메타에 보복?
법원이 틱톡 금지 법의 적법성을 판단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운데요. 만약 적법성이 인정된다면 틱톡 매각 기한은 다음 정권 기간 중 도래합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죠. 틱톡 금지 법은 대선 국면에서 주요 화두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틱톡 금지 법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틱톡 퇴출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부한 적도 있으면서 입장을 180도 바꿨습니다.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영향력이 커진다는 이유에서죠.
틱톡 금지 법에는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틱톡을 통해 중국 정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와 의회의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안보 법안 패키지에 포함된 점에서는 틱톡의 불확실성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이 드러났죠. 틱톡 금지 법 시행은 극심한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틱톡은 입법 저지를 위해 100억원이 넘는 로비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정부와 의회 설득에 실패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틱톡 금지 법에 대응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최근 애플이 중국 앱스토어에서 메타의 왓츠앱,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 앱들을 삭제했는데요. 중국 정부가 해당 앱들의 다운로드 중단을 애플에 명령했기 때문이죠. 틱톡 금지 법이 미 하원을 통과한 이후 앱 삭제 조치가 이뤄지면서 중국의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왔죠. 법 발효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추가 대응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일본 합작사 지분 매각 요구에 직면한 네이버
일본에서도 해외 기업을 겨냥한 정부의 공세가 포착됐는데요. 일본 정부가 타깃으로 정한 기업은 한국의 네이버입니다. 최근 일본 언론을 통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일본 합작사 A홀딩스의 지분 매각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A홀딩스는 2019년 말 네이버와 소뱅의 전격적인 라인, 야후재팬 통합 결정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당시 손정의 소뱅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한일 동맹으로 큰 화제를 모았고, 라인은 뉴욕·도쿄증시 상장폐지까지 단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소뱅의 중간 지주사 Z홀딩스와 라인, 야후재팬이 합병해 라인야후가 출범했습니다. 라인야후 모회사는 지분 64.5%를 보유한 A홀딩스인데요. A홀딩스 지분 구조는 단순합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면서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왔죠. 그런데 갑자기 소뱅이 네이버에 A홀딩스 지분을 넘겨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소뱅이 변심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압박이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라인 사용자 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라인야후에 "모회사(A홀딩스)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인정보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 일본 기업인 소뱅이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라는 게 핵심 내용이죠.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네이버클라우드 협력사 직원 PC가 사이버공격을 받으면서 벌어졌는데요. 유출 가능성이 있는 개인정보는 52만여건으로 1억명에 육박하는 일본 MAU(월간활성이용자)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입니다. 앞서 라인은 2021년 시스템 관리를 위탁받은 중국 회사에서 사용자 개인정보 열람이 이뤄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습니다. 당시 개인정보 유출 사고나 불법 행위가 있었던 건 아니죠.
📶해킹 사고는 빌미일 뿐?… "한국 정부가 대응해야"
소뱅이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을 1주만 넘겨받더라도 공동경영 체제가 막을 내릴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로 등극한 소뱅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네이버의 동의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기 때문인데요. 기업 지배권을 의미하는 '50%+1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죠. 결국 네이버가 키운 라인이 소뱅의 손에 넘어간다고 봐야 합니다. 라인과 야후재팬 통합 당시 공동경영 체제를 무너뜨릴 수 없는 법적 장치를 뒀을 수 있지만요.
실제로 지분 이전이 단행되면 네이버는 일본뿐 아니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사업 지배력까지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IT 산업사에서 라인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이해진 창업주와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등 네이버의 주요 경영진이 직접 관여된 사안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압박은 사실상 네이버에 경영권 포기를 강요하는 과도한 조치입니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행정지도일 뿐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추산되지도 않았죠. 한국산 국민 메신저에 대한 일본 내 우려가 반영된 행보로, 해킹 사고를 빌미로 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본의 관료주의적 특성을 고려하면 소뱅이 정부 요구를 거스르긴 어려울 텐데요.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나서서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막고, 일본 정부와 협상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정보와 국적 논란… 통상갈등의 새 트렌드?
틱톡과 라인야후 사례 모두 개인정보의 국외 유출과 관련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서비스는 해당 국가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확보한 온라인 소통 채널인데요. 정부가 기업의 국적을 문제삼고 있어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리스크에 휘말린 점도 동일하죠.
우리 정부는 A홀딩스 지분 이슈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특정 기업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부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정부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쁜 선례가 생긴다면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다룬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개인정보 문제에서 비롯됐는데요. 이처럼 개인정보는 국가 간 통상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유럽의 GDPR(개인정보 보호 규정)과 같은 개인정보 규제 분쟁 역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에 기반한 온라인 플랫폼은 국가 간 공방이 펼쳐지는 전장이 됐죠. 틱톡과 라인에서 벌어진 개인정보 고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