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는 28㎓ 주파수 상용화를 위해 할당 조건을 크게 낮췄습니다. 전국 단위 최저 경쟁가격(입찰가)을 기존의 40%도 안 되는 742억원으로 정하고, 할당대가를 4년 뒤까지 5차례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할당 첫 해엔 할당대가의 10%만 내면 됩니다. 기지국 구축 의무는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60% 줄였죠.
하지만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 간 과열 경쟁으로 최종 입찰가가 4301억원까지 폭등하면서 과기부의 파격 세일은 구호에만 그친 셈이 됐습니다. 오히려 스테이지엑스는 KT보다 2배 더 많은 금액을 써내고서야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었죠.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주도한 스테이지파이브는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가 1657억원 적자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죠.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8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입금까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이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기 자본금 4000억원을 준비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을 받으면 4000억원을 낮은 이자로 빌릴 수도 있죠.
스테이지엑스가 할당대가 지불과 통신설비 구축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만 6000억원이 넘습니다. 인건비, 마케팅비 등을 고려하면 상용화 준비에만 1조원이 넘게 들어갈 수도 있죠. 이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스테이지엑스가 밝힌 자금 조달 계획은 구체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국내 자금 시장이 크게 경색된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죠.
정부의 저리 대출 지원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정책금융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할 여지도 있습니다. 통신3사에 대한 28㎓ 재할당 실패로 지난해 ICT 관련 기금 수입이 7500억원 급감한 게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