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켜보는 미국 정부… 의미심장한 IRA 발언
아직 미국 정부는 플랫폼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비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죠. 최근 방한한 미국 국무부 호세 페르난데스 경제차관은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법안을 발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코멘트할 것은 없다"며 "우리 모두는 협력과 투명성 보장, 이해관계자들과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법을 제정하더라도 미국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밝힌 건데요. 미국 정부가 재계와 함께 우리 정부와 국회에 대한 압박에 나설 여지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죠. 실제로 미국 정부가 재계 입장을 적극 대변한다면 내정간섭 논란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페르난데스 차관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성공을 위한 '한미 간 협력'을 강조한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한국이 추진하는 플랫폼법에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어서죠.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은 IRA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 탓에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FEOC로부터 광물, 부품 등을 조달해선 안 되는데, 사실상 중국의 모든 기업이 FEOC로 지정됐기 때문인데요. 중국 광물과 부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은 FEOC 적용에 대한 우려를 미국 정부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FEOC 문제에 대해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IRA를 통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생색용 발언도 내놨죠.
만약 미국 정부가 플랫폼법에 IRA를 연계해 압박한다면 우리 정부는 더욱 난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미중 갈등의 결과물인 IRA 수혜를 받았다는 미국의 인식을 고려하면, 플랫폼법 협상에서 뜬금없는 영수증을 내밀 수 있어서죠. 앞서 소개한 저명 인사들의 중국 수혜 발언을 곱씹으면 플랫폼법 갈등이 미중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입법 시 고려할 변수가 늘어나는 점은 우리 정부엔 분명한 악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