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 세계의 이목이 틱톡으로 쏠렸는데요. 틱톡 금지법에서 정한 매각 기한인 1월19일이 다가오면서 정말로 틱톡의 미국 서비스가 중단될 건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죠. 일단 틱톡은 기한 도래 직전 미국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는 강수를 뒀는데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서비스를 재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틱톡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순 없습니다. 틱톡 금지법이 유효하기 때문에 셧다운 상황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틱톡을 살리겠다"고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은 4년 전에 틱톡 퇴출에 앞장섰던 인물이기에 언제 돌변할지도 모르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에서 틱톡 문제가 다뤄진 사실은 중대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설 연휴를 지나 2월 첫 주를 쉬고 10일에 돌아오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기여서 2주간 레터를 보내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이파이레터는 쏟아지는 ICT 이슈 중 핵심만 꼽아드립니다. '테크 빅뱅'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주소록에 shineway2011-gmail.com@send.stibee.com을 추가해 주세요.뉴스레터가 스팸함으로 가지 않아요. 기고 문의와 협업 제안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틱톡, 미국 서비스 중단… 트럼프 취임하면 재개?
트럼프가 시작한 틱톡 퇴출… 재선 실패로 무산
틱톡을 향한 트럼프의 변심, 왜?
매각 의사 없다는 틱톡… 트럼프·시진핑 타협할 수 있을까?
📶틱톡, 미국 서비스 중단… 트럼프 취임하면 재개?
숏폼 플랫폼 틱톡이 미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틱톡 금지법에 따른 미국 사업권 매각 기한인 지난 19일 직전 구글과 애플 앱마켓에서 틱톡 앱이 사라졌는데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법원에 틱톡 금지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1·2심에 이어 17일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자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국 내 틱톡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해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은 틱톡 서버 폐쇄 준비에 착수했죠. 미국에서 1억7000만명에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셧다운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틱톡은 영구적인 폐쇄가 아닌 일시적인 서비스 중단이라고 공지했는데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트럼프)이 매각 기한을 90일 연장할 경우 서비스를 곧장 재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한 연장은 틱톡 금지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인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바이든)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틱톡의 압박에도 해당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기한을 연장해 틱톡 서비스가 재개되면 셧다운 기간은 2일에 그치게 되죠.
트럼프는 대선 국면에서 여러 차례 틱톡 서비스 중단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최근 당선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가졌는데, 틱톡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고 합니다. 틱톡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미·중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줬죠. 틱톡 문제를 협상 카드로 쓰려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바이든의 유산인 틱톡 금지법 제약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의 틱톡 계정.
📶트럼프가 시작한 틱톡 퇴출… 재선 실패로 무산
아이러니하게도 틱톡의 미국 퇴출을 시작한 장본인은 트럼프입니다. 트럼프는 첫 대통령 재임 시절 틱톡이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중국 서버로 이전한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강력한 행동에 나섰는데요. 2020년 8월 틱톡과 위챗에 대한 미국인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바이트댄스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자본에 매각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권한을 활용한 압박을 단행한 거죠.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실제로 시행되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패하면서 동력을 잃었죠. 바이든은 2021년 6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철회했습니다. 4년 전에도 틱톡을 두고 두 정치인 사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그렇다고 바이든이 틱톡에 우호적으로 돌아선 건 아닙니다. 적대국 운영 앱의 안보 위협을 광범위하게 검토하라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바이든식 제재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죠. 결과적으로 행정명령보다 더욱 강력한 틱톡 금지법을 단행합니다.
1기 트럼프 정부의 퇴출 압박이 거세지자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권 매각을 시도했는데요. 먼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트럼프가 지분 전체를 인수하라며 MS를 압박하고, 틱톡 금지 행정명령을 단행하면서 협상은 난항에 빠졌는데요. 승자는 친트럼프 인사인 래리 앨리슨 이사회의장이 이끄는 오라클이었습니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오라클의 틱톡 인수를 승인한다고 밝혔죠.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이 실패하자 바이트댄스는 오라클과 매각 협상을 중단합니다. 최근 머스크의 틱톡 인수설이 불거진 배경에는 오라클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추측이 작용했죠.
틱톡 인수를 시사한 미스터비스터의 X 게시물.
📶틱톡을 향한 트럼프의 변심, 왜?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는 왜 틱톡을 옹호하고 나섰을까요? 미국 언론은 억만장자이자 공화당의 거액 후원자인 제프 야스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그룹 창립자의 로비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야스는 10여년 전 바이트댄스에 자금을 댄 초기 투자자로 알려졌는데요. 그가 이끄는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그룹는 바이트댄스 지분 15%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틱톡이 미국에서 퇴출되면 바이트댄스 지분 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고, 중국 정부가 지분 매각 자체를 막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야스 입장에서는 바이트댄스 지분이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야스가 트럼프에 막대한 후원금을 제공했고, 트럼프의 변심을 이끌어냈다는 추측에 힘이 실립니다.
미국 자본이 틱톡을 사들이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로 거듭난 머스크의 틱톡 인수설이 불거진 가운데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억만장자들도 있습니다. LA다저스 구단주를 지낸 프랭크 맥코트와 캐나다의 유명 투자자 케빈 오리어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오리어리는 추천 알고리즘을 제외한 미국 사업권 인수를 위해 200억달러(약 29조원)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미스터비스트도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요. 틱톡을 사겠다는 짧은 미스터비스트의 X 메시지는 3800만회에 달하는 트래픽을 일으켰습니다. 미스터비스트는 해당 메시지를 보고 수많은 억만장자들이 연락해왔다고 밝혔죠. 실제로 미스터비스트의 인수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확실하게 성공했네요. 전날에는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바이트댄스에 자사와 틱톡 미국 법인, 투자사 뉴캐피탈파트너스 합병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틱톡을 사겠다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죠.
📶매각 의사 없다는 틱톡… 트럼프·시진핑 타협할 수 있을까?
틱톡의 미국 사업권 가치는 400억달러(58조원)에서 500억달러(72조원)로 추산됩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인 네이버 시가총액(33조원)의 2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인데요. 틱톡의 핵심 기술인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제외하고 추산한 수치죠.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은 중국 상무부의 기술 수출 규제 목록에 포함돼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인 해외 자본에 매각할 수 없습니다.
2020년과 달리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바이트댄스의 입장은 중국 정부의 방침으로 읽히는데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을 빼더라도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인 매각 협상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틱톡은 머스크 CEO의 인수설에 "완전한 허구"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태도를 보면 트럼프가 매각 기한을 90일 연장하더라도 바이트댄스의 매각 불가 방침이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90일이 지날 즈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확률이 훨씬 높죠.
결국 틱톡 문제는 미·중 갈등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트럼프와 시진핑이 직접 풀어야 합니다. 언론 보도대로 트럼프가 취임 100일 내에 중국에서 시진핑과 만난다면 주요 현안인 틱톡 문제의 타협점 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틱톡 미국 사업권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이 중요할 텐데요. 4년 전처럼 미국 자본에 팔라는 건지 아니면 현재 서비스 방식을 용인하겠다는 건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아직까지 트럼프의 메시지는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습니다. 트럼프의 속내가 뭔지는 알 순 없지만 틱톡 문제에서 반대급부를 원할 건 분명합니다. 그게 뭔지는 이제부터 슬슬 드러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