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주차 #유튜브 #확증편향 #슈퍼챗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황당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가운데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정치 유튜버들이 득세하고 있죠. 유튜브가 정치 선전 도구로 활용되면서 확증편향을 유발하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이 정치 양극화를 가져온 원흉으로 꼽힙니다.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유튜브에서 왜 극단적인 정치 세력이 힘을 얻는지 알아봤습니다. 하루 빨리 정국 혼란이 수습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시기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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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열의 도구' 전락한 유튜브
- '확증편향' 유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 슈퍼챗 때문에 정치 유튜버 쏟아졌다?
- 뉴스 채널로 자리잡은 유튜브, 규제는 '공백' 상태
- 정치적 해법 찾아야… 중재의 유튜버 시대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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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도구' 전락한 유튜브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한남동이 갈등과 분열의 장소로 전락했습니다. 탄핵 촉구와 반대 집회가 함께 열리면서 두 세력의 충돌이 우려되는 일촉즉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양쪽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죠. 전두환 군사정권의 유물인 백골단을 본딴 조직까지 등장했다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서로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적대시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여야는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 절차를 회피하고, 관저를 요새화해 버티기에 들어갔죠.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전 국민이 이용하는 유튜브는 집회를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면서 참석과 후원을 독려하고, 상대 진영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메가폰이 됐습니다. 가짜뉴스와 풍문을 끊임없이 퍼뜨리는 수단이기도 하죠. 내가 보고 싶은 영상만 나열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선전 도구로써 효용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는데요. 극단적 분열을 가져온 원흉으로 유튜브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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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 유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유튜브는 사용자가 시청할 확률이 높은 콘텐츠를 노출하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합니다. 시청 기록, 검색 기록, 구독 목록, 좋아요·싫어요 등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별 콘텐츠 취향을 분석하죠. 조회수와 시청시간을 늘려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유튜브뿐 아니라 페이스북, 넷플릭스, 틱톡 등 콘텐츠 플랫폼 역시 유사한 추천 시스템을 갖췄는데요.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 콘텐츠 시장에서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이용자 선호도를 반영하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은 '확증편향'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데요. 확증편향은 자신의 주장이나 신념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반대되거나 다른 의견을 배제하는 심리 현상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콘텐츠 편식 행태로 촉발되죠. 자기 주장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사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는 2024년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꼽았습니다. 확증편향이 현명한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사회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학회의 우려가 현실이 됐네요.
유튜브가 정치 선전 도구로 활용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정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악화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진보 이용자와 보수 이용자가 시청하는 정치 콘텐츠는 완전히 다르고, 상대 진영의 콘텐츠는 철저하게 차단되기 때문이죠. 정치적 갈등이 유튜브로 옮겨오면서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분열의 촉매제와 결합된 겁니다. 한남동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대립은 정치적 확증편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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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한국 유튜브 슈퍼챗 순위. /자료: 플레이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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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챗 때문에 정치 유튜버 쏟아졌다?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유튜브에서 가장 대중적인 주제인 정치가 다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이기 때문이죠.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4년 11월 앱 MAU(월간실사용자)는 카카오톡 4850만명, 유튜브 4673만명, 네이버 4426만명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용시간 순위에선 유튜브가 1063억분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는데요. 2위 카카오톡(322억분)보다 3배가 길었죠. 대한민국에서 유튜브는 그 어떤 앱도 범접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췄습니다. 너무 익숙해져서 유튜브에 종속된 사실을 체감하지 못할 뿐이죠.
유튜브가 2017년 도입한 슈퍼챗이 수많은 정치 유튜버가 양산되는 계기로 작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정치적 동질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후원금으로 돈도 벌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너도나도 유튜브로 뛰어들었기 때문이죠. 물론 유튜버의 진입장벽을 낮춘 슈퍼챗 효과는 정치 분야에 국한된 건 아닙니다. 다만 확증편향 부작용이 강하게 나타난 정치 영역에선 극단적인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결과를 가져왔죠. 상대 진영을 헐뜯고 적대시할수록 시청자들의 호응, 즉 슈퍼챗을 받을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까지 극우, 극좌 유튜브에 출연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죠.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국내 유튜브 채널의 2024년 12월 슈퍼챗 순위를 보면 1~10위 중 8곳이 정치 채널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5일 터진 비상계엄 사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보수 채널이 상당수 포함된 점이 눈에 띕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전광훈TV'는 10월에 5위에 오르더니 12월에는 3위에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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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채널로 자리잡은 유튜브, 규제는 '공백' 상태
유튜브가 포털과 같은 뉴스 유통 채널로 기능하고, 정치 콘텐츠를 뉴스로 인식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유튜브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언론진흥재단의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 비중은 조사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영상 플랫폼은 25%로 2위를 차지했는데요.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뉴스 이용이 급증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영상 플랫폼은 주요 뉴스 유통 채널로 부상했지만 뉴스와 관련한 규제에선 배제된 상태입니다.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은 네이버, 카카오와 달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조차 하지 않았죠.
정치 유튜버나 콘텐츠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일부 유튜버들의 막무가내식 가짜뉴스 유포 행위는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 모두 가짜뉴스 처벌 강화 입법을 추진했지만 거센 비판 여론에 가로막혔습니다. 가짜뉴스 폐해보다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에 재갈을 물린다는 우려가 컸죠. 아직까지 가짜뉴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정치 분야만은 확증편향을 유발하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네이버는 뉴스배열을 둘러싼 정치적 공정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2018년 첫 화면에서 추천뉴스와 실시간 검색어를 없앴습니다. 뉴스 트래픽 감소 우려에도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단한 건데요. 구글이 스스로 특정 국가에 한정된 사업적 제약을 단행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정부와 국회가 합의해 입법 규제를 마련하더라도 미국 기업인 구글이 따르지 않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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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해법 찾아야… 중재의 유튜버 시대 오길
결론적으로 유튜브에서 정치적 극단화 문제를 규제 강화로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각종 부작용과 역효과가 우려되고 규제 논의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가져올 수 있어서죠. 유튜브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정치 대결구도를 그대로 보여줄 뿐이라는 주장도 무시해선 안 됩니다. 언제부턴가 가족과 친구,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 얘기는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았습니다. 다툼으로 번질 여지가 큰 정치 얘기를 꺼내지도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정치 얘기를 숨겨두는 문화가 정치적 양극화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요?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극단의 대결 정치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목격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치의 문제는 정치가 해결하는 게 가장 올바른 방법입니다. 탄핵 국면이 끝나면 여야는 정치적 내전 상태를 더는 지속해선 안 됩니다.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 유튜버의 시대가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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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shineway2011@gmail.com 010-6615-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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