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배달음식 앱 배달의민족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높이고 유료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을 출시하며 대대적인 수익성 확대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럽게 이국환 대표가 사임하면서 독일 본사 딜리버리히어로와 갈등설도 제기됐죠.
플랫폼 입법 규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의 행보는 의아스러운 구석이 많습니다. 입점 업주와 사용자들의 비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자초했기 때문인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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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올린 배달의민족… 업주 비용 44%↑
반발한 업주들 "배달음식 앱 시장 공멸 우려"
배민클럽 유료화도 단행… "돈독 올랐다" 비판
스스로 규제 리스크 키웠다… 플랫폼법 재추진 동력 되나
DH 입김 작용했나… 배민 통해 수천억 벌금 조달?
갑작스러운 이국환 대표 사임, DH와 갈등 탓?
📶수수료 올린 배달의민족… 업주 비용 44%↑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0일 업주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를 주문금액의 6.8%에서 9.8%로 3%p 높이는 게 골자인데요. 배민1플러스는 주문부터 배달까지 배민이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입니다. 배민 앱에서 한집배달과 알뜰배달이 배민1플러스에 해당하죠. 수수료율 인상으로 주문금액이 1만원일 경우 업주 비용은 680원에서 980원으로 44% 커졌습니다.
배민은 수수료율을 높이면서 업주 부담 배달비를 2500~3300원에서 1900~2900원으로 내린다는 당근책도 내놨는데요. 6.8%인 포장 주문 수수료율도 내년 3월까지 50% 할인한 3.4%로 낮춰 제공합니다. 음식배달 탭을 통합한 앱 UI(사용자 환경) 개선도 단행했죠.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임시 대표는 "우리의 새로운 요금 정책은 업주들이 앱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배민은 그동안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 제공해 왔다며 업주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는데요. 수수료율 인상이 무료 배달 경쟁이 벌어지는 자체 배달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배민의 수수료율이 쿠팡이츠 9.8%, 요기요 12.5%에 비해 낮았던 건 사실입니다.
📶반발한 업주들 "배달음식 앱 시장 공멸 우려"
업주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대해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수수료 인하를 요청한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한 비정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위험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할 수 있어 배달음식 앱 시장의 공멸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내놨죠. 배민의 배달비 인하 방침은 세부 기준이 없어 실효성 있는 지원책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플랫폼법 제정도 촉구했습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배민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수수료 인상 통보는 혁신 성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플랫폼법 제정을 미루고 자율규제에 의존해 온 수수방관이 불러온 참사"라고 지적했는데요. 플랫폼법에 배달음식 앱 업주와 운영사가 수수료 등을 협의할 수 있는 '수수료 한도제'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배민클럽 유료화도 단행… "돈독 올랐다" 비판
배민은 올해 5월 출시한 '배민클럽' 유료화도 발표했습니다. 배민클럽은 무료 배달, 추가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제 서비스입니다. 요기요의 '요기패스X'를 본땄는데요. 구독료는 월 399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현재 배민 이용자(MAU)가 2170만명 정도이니 절반이 가입한다면 매달 433억원의 신규 매출이 발생하는데요. 연간으로 계산하면 5000억원이 넘죠.
물론 실제 가입률이 50%에 달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합니다. 경쟁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로 사용자가 이탈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죠. 배민은 사전 가입자에게 구독료 50% 할인, 한 달 이상 무료 등을 제공하며 배민클럽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인상과 구독제 유료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배민을 향해 "돈독이 올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9억원을 올렸는데요.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합니다. 2022년(14%)보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 4241억원)이 크게 개선된 성과로 현재 사업구조상 수익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죠. 비판 여론과 사용자 이탈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급진적인 수익성 확대에 나설 상황은 아닙니다.
/자료: 배달앱 자율규제 방안 이행점검 및 재검토 결과(공정위, 2024. 4. 23).
📶스스로 규제 리스크 키웠다… 플랫폼법 재추진 동력 되나
배민 스스로 규제 리스크를 키웠기에 의아스럽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정부여당(당정)은 지난달 30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영세 음식점의 배달비, 전기료 등 비용을 낮추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정부와 배달음식 앱 운영사, 외식업계가 협력해 중개 수수료 개선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배민이 불과 10일 만에 당정의 소상공인 지원 방침과 배치되는 수수료 인상을 단행한 겁니다. 당정 입장에서는 정책 방향에서 어긋난 배민을 보고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죠. 영세 음식점 배달비 지원이 결과적으로 배달음식 앱 운영사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도 받는 상황입니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시행 중인 배달음식 앱 자율규제를 유명무실화하는 행태입니다.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음식 앱 운영사와 외식업계는 지난해 3월 △입점계약 관행 개선 △분쟁처리 절차 개선 △상생 및 입점업체 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공정위는 올해 4월 자율규제 이행점검 및 재검토 결과를 공표하면서 정책 성과를 홍보했는데요. 당시 배민은 추가 상생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업주들과 아무런 소통 없이 기습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법적 강제성이 부재한 자율규제의 한계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는데요. 자율규제 감독자 역할을 자처한 공정위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죠.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플랫폼법 제정 작업을 재추진하는 분위기입니다. 벌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플랫폼 규제를 담은 법안을 5건 발의했는데요.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플랫폼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와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규율 법제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당정이 올해 2월 무기한 연기한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과 대동소이한 내용이죠.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 작업을 재추진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돕니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플랫폼법 찬성 여론에 불을 붙일 수 있죠.
📶DH 입김 작용했나… 배민 통해 수천억 벌금 조달?
배민의 공격적인 수익성 확대는 독일 본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DH가 현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죠. DH는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DH가 공개한 예상 벌금 규모가 4억유로(6006억원)에 달합니다.
수년간 막대한 적자를 낸 DH는 실제 벌금이 부과될 경우 상당한 자금난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DH는 지난해 매출 99억4190만유로(15조원), 영업손실 6억6370만유로(9966억원)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1조344억원, 2021년 2조4903억원, 2022년 2조1260억원 등 막대한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점은 그나마 긍정적입니다. 2022년부터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배민은 적자 폭을 낮춘 든든한 캐시카우였죠.
DH는 지난해 배민으로부터 인수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순이익의 82%에 해당하는 4127억원에 달합니다. DH가 2020년 배민을 인수할 당시 투입한 자금이 4조7500억원이니 지난해 배당금으로 인수 자금의 9%를 회수한 겁니다. 한 번 시작한 배당은 배민이 적자를 내지 않는 이상 지속될 전망인데요. 배민 수익이 늘어나면 당연히 DH가 받아가는 배당금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우아한형제들.
📶갑작스러운 이국환 대표 사임, DH와 갈등 탓?
최근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서도 여러 말이 나옵니다. 이 대표가 DH의 수수료 인상 요구를 반대하자 사실상 경질된 게 아니냐는 해석인데요. 우아한형제들은 이 대표의 사임 사유와 차기 대표 내정자를 밝히지 않아 의심의 눈초리를 키웠죠.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 대표는 DH COO(최고운영책임자)인데요. 임시 대표로 선임되자마자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마치 수수료 인상을 위해 독일 본사에서 파견된 것 같은 상황이죠.
2019년 DH가 배민 인수를 발표되자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라는 호평과 국민 서비스를 해외 자본에 팔아넘겼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당시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이 됐다는 조롱 섞인 표현이 언급되기도 했죠. 사업구조 개편과 배당 정책은 기업 스스로 판단해 결정할 일인데요. 다만 최근 배민의 행보는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보단 당장의 이익에만 매몰된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