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과방위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강제 매각 논란과 제4이동통신사 무산 사태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단기적으로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일본 정부 역시 라인야후 지분을 둘러싼 갈등을 진화하려는 메시지를 내놨죠.
과기부와 스테이지엑스는 국회에서도 주파수 할당 취소를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는데요. 이번 사태가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과방위에서 이뤄진 주요 질답을 중심으로 라인야후와 제4이통사 이슈를 업데이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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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 대표 "지분 매각 없다… 단기적으론"
치고 빠지려는 총무성 "자본관계 재검토 주목적 아냐"
침착하게 대응한 최수연 "자율적 판단 원해"
국회가 재확인한 과기부와 스테이지엑스 입장차
주파수 정책 전반 재검토… 재정능력 검증 필요
로밍 지원 약속 어려우니 할당 취소?
📶최수연 네이버 대표 "지분 매각 없다… 단기적으론"
라인야후가 지난 1일 일본 총무성에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행정지도 보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여기에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A홀딩스의 단기적인 자본 이동은 곤란하다는 인식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의 모회사로 소뱅과 네이버가 50%씩 지분을 가졌죠. 소뱅과 네이버가 자본 이동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사실이 라인야후 보고서에 담긴 겁니다.
다음 날 과방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단기적으로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라인야후 보고서와 일맥상통한 내용인데요. 다만 '단기적'이라는 제한을 달았습니다. 장기적으론 라인야후 지분을 팔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데요. 최 대표는 장기적 방침을 묻는 질문에는 "확답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단기적이라는 제한을 둔 최 대표의 발언에서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겠다는 네이버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인야후 보고서에도 소뱅과 네이버의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제든지 네이버의 지분 매각이 단행될 수도 있죠.
지난 5일 라인야후 행정지도 보고서에 대해 말하고 있는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 /사진=총무성 유튜브.
📶치고 빠지려는 총무성 "자본관계 재검토 주목적 아냐"
일본 총무성은 5일 라인야후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내놨는데요.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자본관계 재검토 자체가 (행정지도의) 주목적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라인야후 사태는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A홀딩스 지분 변동, 즉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분 변동은 중요 사안이 아니었다고 입장을 바꾼 거죠.
이번 사태가 양국 갈등으로 비춰질 정도로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5월 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라인야후 사태가 의제로 다뤄진 만큼 총무성이 한 발 뺄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죠. 라인야후 지분과 관련해 소뱅과 네이버의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총무성이 의도한 목적은 달성됐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총무성 입장에서는 훌륭한 '치고 빠지기' 전략이었다고 자평할 것 같네요.
강도현 과기부 2차관은 과방위 회의에서 일본 총무성 입장에 따라 정부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총무성이 지분 변동 이슈에서 빠져나가려는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과기부도 추가 대응에 나서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강 차관은 사태 초기 네이버에 한일 정보통신부처 차관 회의 개최, 정부가 직접 협상, 외교부 통해 이의 제기 등 대응 카드를 제안했다고 말했는데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실행하진 않았죠.
최수연 네이버 대표.
📶침착하게 대응한 최수연 "자율적 판단 원해"
최 대표는 정부 책임론을 추궁하려는 야당, 야당의 정치 공세를 비판하려는 여당 사이에서 수많은 질의를 받았는데요. 공격적인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않으면서 정치 공방에 휩쓸리지 않았습니다. 단기적으로 지분 매각이 없다는 점 외엔 공개적으로 약속한 내용도 없었죠. 시종일관 침착한 답변 태도를 이어가면서 난감한 질문을 잘 피해갔죠.
최 대표는 과방위원들에게 라인야후 이슈를 네이버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정치 변수에 좌우되지 않고 네이버 이익에 따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뜻이죠. 당분간 지분 매각 여지가 사라지면서 라인야후 사태는 일단락될 것 같은데요. 물론 소뱅과 네이버의 협상 결과에 따라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국회가 재확인한 과기부와 스테이지엑스 입장차
과방위는 제4이동통신사 무산 사태도 다뤘는데요. 과기부와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취소의 원인이었던 자본금 납입 기한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과기부는 지난달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 2050억원을 기한 내에 내지 않았고, 주주 구성이 달라졌다며 5G 28㎓ 주파수 할당 결정을 취소했죠. 할당 취소는 청문 절차를 거쳐 이달 중 확정되는데요. 스테이지엑스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테이지엑스를 주도한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주파수 이용 계획서에 인가가 되면 투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명시했다"며 "자본금 (납입 기한) 사항이 법령 사안이 아니어서 합법적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기부는 주파수 할당 전 자본금 전액 납입이 법적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관련 서류 4개 중 3개에 해당 내용이 담겼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질의가 가장 날카로웠는데요. 이 의원은 알뜰폰(MVNO) 시장에서조차 미미한 점유율을 확보한 스테이지파이브가 기간통신사업자(MNO)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MVNO가 MNO로 전환해서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고, 스테이지엑스의 사업 계획은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추궁했죠. 제4이통사 정책 방향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꼬집으며 과기부의 실책을 논리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주파수 정책 전반 재검토… 재정능력 검증 필요
이번 사태에서 주파수 할당 제도의 여러 허점이 드러난 만큼 대대적인 정책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과기부는 여전히 5G 28㎓ 주파수 상용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연구반을 가동해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죠. 구체적인 연구반 구성이나 재검토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연구반은 제4이통사가 정말 필요한지, 5G 28㎓ 상용화가 가능한지부터 제대로 따져봐야 합니다.
과방위가 지적한 것처럼 2019년 MNO 진입 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재정능력 검증이 빠진 부분도 고쳐야 합니다. 주파수 경매를 재정능력 검증 절차로 볼 수 있으나, 이번 사례처럼 당장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면서도 높은 금액을 써내는 꼼수를 사전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등록제 취지를 살리면서 실제 재정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본금 완납 기한 등 법령상 불명확한 점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령 해석의 여지가 크다면 불필요한 소송 비용을 발생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죠.
📶로밍 지원 약속 어려우니 할당 취소?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과기부가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전국 망 로밍(공동이용) 제공 약속이 불가능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아서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과기부는 제4이통사에 타사 망을 로밍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스테이지엑스가 이통 3사의 5G 3.5㎓ 망을 의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단 내용이었죠.
과기부가 이해민 의원에게 제출한 법률자문 자료에는 "로밍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데 A사(스테이지엑스)는 전국 사업자로 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밍이 아닌 도매제공 형식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담겼습니다. 과기부가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로밍을 강제할 수 없고, 기업들끼리 도매제공 계약을 체결할 사안이라는 거죠.
과기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중저대역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받으면 로밍 지원을 해주겠다는 취지였지, 사업 초기부터 로밍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스테이지엑스는 추가 주파수 할당과 관계없이 초기부터 로밍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반박했죠. 로밍과 도매제공의 차이점과 실제 발표 내용은 정확히 무엇인지 과기부의 추가 해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