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첫 공판에서 구체적인 선탑재 계약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 채택을 대가로 스마트폰 제조사(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와 이동통신사(AT&T, T모바일, 버라이즌), 웹브라우저업체(모질라파이어폭스, 오페라, UC웹) 등과 수익 공유 또는 인센티브 제공 계약을 맺고 매년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대가로 구글의 경쟁 검색 서비스를 사전 설치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도 했죠.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이 8조원인데요. 구글은 네이버 연매출에 5조원을 더한 돈을 검색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해 투입했습니다.

법무부는 선탑재 대가의 상당 부분이 애플에 돌아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구글이 아이폰 선탑재로 검색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죠. 구글이 2020년까지 애플에 지급한 금액을 40억~70억달러로 추산됩니다. 애플은 당사자 간 비밀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법무부에 이의를 제기했는데요. 법무부가 추산한 금액이 맞는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죠. 법무부는 구글이나 애플이 아닌 외부 정보원에 근거한 내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구글 반독점 분쟁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 앱을 선탑재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하면서 구글 앱 선탑재를 강제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거죠. 공정위는 2년 뒤인 2013년 제조사들이 필요에 의해 구글 앱을 탑재했고, 구글이 경쟁 앱의 선탑재를 방해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후 구글의 앱 선탑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2016년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재조사 방침을 밝힙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정위가 재조사를 진행 중인지조차 불명확하죠. 국내에서 구글의 반독점 논란은 앱마켓 인앱결제 강제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요. 미국 분쟁의 진행상황에 따라 국내에서도 앱 선탑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